(결말이 포함되어 있는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1월, 생각 없이 금요일 저녁에 틀었던 ‘더 글로리’ 시즌 1을 앉은자리에서 끝내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수위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있었던 학창 시절을 그런 고통 속에서 보낸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말이 딱 맞았다. ‘에이 설마, 저 정도까지는 현실에 없었을 거야.’ 라며 믿기 힘든 현실을 외면하려 했지만 드라마 이후 실제 학폭피해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현실은 내가 믿고 싶었던 것보다 더 잔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즌 2에서는 동은이 계획대로 인생의 복수를 잘 마치기를 응원하며 또 한 번 토요일 저녁, 모든 에피소드를 몰입감 있게 시청했다. 시원한 복수극에 통쾌할 만도 했는데 내 마음에 남는 장면은 오히려 소희의 마지막장면이었다. 소희는 나는 너보다 나은 사람이라며 연진에게 ‘너를 용서한다’ 고 말했다. 자신의 가해자를 용서한 소희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남겨진 가족은 하루하루를 지옥에서 살게 되었다. 자신을 걸고 복수를 한 동은이는 늦었지만 18살의 동은이를 이겨내고 19살이 되었다. 여정이의 엄마는 여정이가 칼춤을 추더라도 살기를 바랐다. 도영은 재준을 묻고 딸을 완벽히 자신의 안에 품었다. 현남도 딸을 지켜냈다.
가장 억울한 마지막을 맞이한 소희를 보며 과연 ‘용서’라는 게 뭔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연진이를 용서한 소희가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던 나를 보며 피해자들이 세상으로 받았었을 ‘용서라는 협박’ 이 더 뼈저리게 느껴졌다. ‘더 나은 네가 용서하라며… 용서가 가장 큰 복수라며.‘ 원치 않는 용서를 세상으로부터 요구받았을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나도 어쭙잖은 도덕적 가치로 다시 한번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는 않았을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는 않았을지……
현실에서 여전히 복수가 절대 해법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용서하라는 말도 우리는 하면 안 된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 용서의 무게도 나는 알지 못한다. 용서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은 어떻게든 삶을 되찾고 행복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통해 학폭에 대해 학폭피해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단 한 명의 소희, 동은, 경란이라도 지켜진다면 그것 또한 가해자에 대한 작품의 복수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