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리뷰11 하얼빈(Harbin) - 김훈 읽는 내내 추웠다. 남한산성과는 또 다른 추위였다. 추위 속에 작게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코레아 후라. 과연 그가 좋은 크리스천이었을까. 좋은 아들이었을까.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며 동지였을까. 하는 의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져가는 듯하지만 질기게 타오르고 있던 독립운동의 길에 영웅으로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대의를 도모했다기보다 그 스스로 운명에 이끌리듯 자유의지로 나아간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젊고 용감했던, 어쩌면 무모했던 젊은 청년, 안중근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힘없이 무너져내려 버린 조선왕조 앞에서 가장 힘없는 백성들이 끝까지 지켜온 자주독립이라는 큰 주제. 배운 게 없어 그런 의지와 의견을 갖는 것조차 무시당하던 백성들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이 나.. 2023. 1. 20. The Psychology of Money (돈의 심리학) - Morgan Housel 참으로 오래 걸려 읽은 책 이 책을 읽는데 일 년 걸렸다. 처음에는 출퇴근 중에 조금씩 읽기 시작해서 절반 이상을 읽고는 너무 지루해져 한동안 침대 옆 책장에 놓여 잊히고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뻔한 말을 너무 길게 써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고 여러 예시를 들면서 주장을 뒷받침 하려 하는데 빈약함을 느꼈다. 내가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었더라면 감상평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주식투자가 돈놀이가 모두 거대한 수학의 집합체라고 믿던 때였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센세이셔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주식과 경제는 수학을 벗어나 사람들의 감정과 믿음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봤을 때는 너무 긴 책이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이해시키려 했다는 점에서는 작가는 그 임무를 성실히 잘 수.. 2023. 1. 19. Convenience Store Woman (편의점 인간) - Sayaka Murata 서점에 추천도서로 진열되어 있어 읽게 된 책. 처음부터 끝까지 기괴하고 찝찝하다. 주인공은 분명 내가 보기에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후루쿠마’와 ‘시라하’ 두 인물을 통해 무엇이 정상적인 삶이고 비정상적인 삶인지 묻는다. 문득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 아웃사이더들을 보는 전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나 의문을 갖다가도 고개를 저으며 둘 다 전혀 정상은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후루쿠마는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비정상이라면 시라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이다. (후루쿠마도 어렸을 때는 피해를 주는 비정상이었다.) 물론 그들의 눈에는 다른 인물들과 같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보이겠지. 주인공이 편의점에 일하면서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 패션패턴들을 익혀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려 한.. 2022. 6. 28. The Good Son (종의기원) - You-Jeong Jeong 올해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영문판! The Good Son (종의 기원) - You-Jeong Jeong (정유정) 한글로 적힌 책이 읽고 싶어서 아마존을 뒤지다가 결국 플랜비로 한국 작가가 쓴 소설의 번역판을 찾았다. 정유정 작가의 책은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읽게 된 '7년의 밤'을 계기로 두 번째 소설이다. 특유의 다크 다트 하고 영상처럼 읽히는 흡입력 있는 스타일은 여전히 좋았다. 처음 책을 택배로 받았을때는 책 표지 디자인으로 인해 흠칫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비, 피, 무표정한 얼굴 등 표지에 담긴 의미가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눈에 피 흐르는 디자인은 좀 부담스러웠다. 늘 느끼는 거지만 책 표지 디자인은 한국 책들이 최고다ㅋㅋㅋㅋ 글 전체는 철저히.. 2022. 1. 17. Surrounded by idiots - Thomas Erikson 2022년에 읽은 첫 책이다. 직장동료가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며 자신의 책을 빌려준지 꽤 되었었는데 한참을 잊고 있다가 책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흠칫해 출근길에 열심히 읽어버렸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돌려줄게...) DISC 성격검사에 베이스를 둔 책이다. 네 가지 성격유형을 색깔로 표현했고 대략 80% 사람들이 두 가지 성향이 섞인 성격을 보인다고 한다. 각 장마다 각 성격유형의 특성과 장단점 그리고 대처방법까지 설명이 되어있다. 한국에는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있는 책이다. 제목 번역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작가가 회사 컨설팅을 하면서 겪은 내용이 각 성격의 예시로 많이 나오는데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직장상사, 동료들 .. 2022. 1.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