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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Harbin) - 김훈 읽는 내내 추웠다. 남한산성과는 또 다른 추위였다. 추위 속에 작게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코레아 후라. 과연 그가 좋은 크리스천이었을까. 좋은 아들이었을까.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며 동지였을까. 하는 의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져가는 듯하지만 질기게 타오르고 있던 독립운동의 길에 영웅으로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대의를 도모했다기보다 그 스스로 운명에 이끌리듯 자유의지로 나아간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젊고 용감했던, 어쩌면 무모했던 젊은 청년, 안중근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힘없이 무너져내려 버린 조선왕조 앞에서 가장 힘없는 백성들이 끝까지 지켜온 자주독립이라는 큰 주제. 배운 게 없어 그런 의지와 의견을 갖는 것조차 무시당하던 백성들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이 나.. 2023. 1. 20.
The Psychology of Money (돈의 심리학) - Morgan Housel 참으로 오래 걸려 읽은 책 이 책을 읽는데 일 년 걸렸다. 처음에는 출퇴근 중에 조금씩 읽기 시작해서 절반 이상을 읽고는 너무 지루해져 한동안 침대 옆 책장에 놓여 잊히고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뻔한 말을 너무 길게 써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고 여러 예시를 들면서 주장을 뒷받침 하려 하는데 빈약함을 느꼈다. 내가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었더라면 감상평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주식투자가 돈놀이가 모두 거대한 수학의 집합체라고 믿던 때였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센세이셔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주식과 경제는 수학을 벗어나 사람들의 감정과 믿음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봤을 때는 너무 긴 책이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을 차분하고 친절하게 이해시키려 했다는 점에서는 작가는 그 임무를 성실히 잘 수.. 2023. 1. 19.
Hospital 허리를 또 다쳤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을 하던 중 허리를 삐끗해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겪어봤던 고통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호흡을 했다. ‘지나갈 거야, 이 고통도 다 지나갈 거야.’ 응급차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도 paramedic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열쇠값을 어찌 물어야 하지부터 생각한 나는 영국생활 짬밥 8년. 응급차를 2시간 기다리면서도 ‘그래, 그래도 너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고통을 참아가며 마음을 다 잡은 나는 이 정도면 영국생활 적응완료다. 너무 아파서 이렇게 계속 허리가 아프면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걸까 우울한 생각에 잠기다가도 이 아픈 도중에 내 전화를 받고 한 걸음에 달려와줄 사람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내 아픔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2023. 1. 14.
Process Capability Index: Cp, Cpk Process Capability is a measurement of a process's performance to the desired specification. It is expressed as a process capability index, Cp or Cpk (short-term processes). For long-term performance, process performance index, Pp and Ppk are used (figure 1). In this article, Cp and Cpk will be discussed. Process Capability Process capability is widely used to indicate a capability of process ou.. 2022. 8. 15.
Convenience Store Woman (편의점 인간) - Sayaka Murata 서점에 추천도서로 진열되어 있어 읽게 된 책. 처음부터 끝까지 기괴하고 찝찝하다. 주인공은 분명 내가 보기에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후루쿠마’와 ‘시라하’ 두 인물을 통해 무엇이 정상적인 삶이고 비정상적인 삶인지 묻는다. 문득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 아웃사이더들을 보는 전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나 의문을 갖다가도 고개를 저으며 둘 다 전혀 정상은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후루쿠마는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비정상이라면 시라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이다. (후루쿠마도 어렸을 때는 피해를 주는 비정상이었다.) 물론 그들의 눈에는 다른 인물들과 같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보이겠지. 주인공이 편의점에 일하면서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 패션패턴들을 익혀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려 한.. 2022. 6. 28.
Ending 시작과 끝. 둘 중에 나에게는 끝의 무게가 시작보다 무겁다. 시작은 설렘이다. 그 설렘과 함께 작은 한 발자국의 나아감이 필요하다. 앞을 본다. 끝은 그동안 쌓여온 책임의 무게와 그 당연했던 것들을 잘라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뒤를 본다. 세상은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손뼉 치며 격려하지만 나는 용기 있게 끝을 내는 이들에게 손뼉 치고 싶다. 진짜 용기 있는 자만이 끝낼 수 있다. 일도. 관계도. 사랑도. 그 익숙해진 어떠한 당연한 것들도. 2022.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