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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니 in London/기억노트

Past

by Engineer_Doodi 2022. 5. 16.

요즘 한참 푹 빠져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가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상관없다고 했잖아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상관없다고 어떻게 사는지도 상관없겠냐.


(나의 해방일지 중 미정, 구 씨 대화)

이 대화 이후 ‘구 씨’는 자신의 삶이 괜찮다고 했다. 다른 세계라고 지칭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보자면 바른 삶은 아닐 것이다. 구 씨는 담담하게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미정 앞에서는 당당한 척을 하는 듯이 보인다. 구 씨가 과거의 삶을 버리고 바르게 현재를 채워간다면 구 씨의 삶에 대한 평가는 바뀔 수 있을까. 그러면 구 씨는 자신의 삶에 대해 미정에게 좀 더 당당할 수 있을까.

과거를 막살고 현재를 바르게 살고 있는 사람과 과거는 바르게 살았지만 현재는 막사는 사람과 뭐가 다를까. 막사는 삶의 양과 바르게 사는 삶의 양이 같다면 결국 마지막 지점에서의 평가는 같아지는 걸까.

끝까지 막사는 삶과 끝까지 바르게 사는 삶은 어떨까. 반반 인생을 산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산다는 건 뭘까. 그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뭘까.

나는 사람은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삶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어떠한 삶을 사는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사회의 질서를 위해 법과 도덕의 존재, 그에 기반한 판단은 인정하나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삶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애매하다. 결국 내가 말하는 바른 삶과 아닌 삶도 법과 도덕적 판단이지 내 개인의 의견이 들어간다면 그 또한 어줍지 않은 오만이겠지.


야밤에 주저리주저리 생각이 많아진다. 대사 단 두 문장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 그 문장들을 생기 있게 만든 배우들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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