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추웠다. 남한산성과는 또 다른 추위였다. 추위 속에 작게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코레아 후라.

과연 그가 좋은 크리스천이었을까. 좋은 아들이었을까.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며 동지였을까. 하는 의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져가는 듯하지만 질기게 타오르고 있던 독립운동의 길에 영웅으로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대의를 도모했다기보다 그 스스로 운명에 이끌리듯 자유의지로 나아간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젊고 용감했던, 어쩌면 무모했던 젊은 청년, 안중근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힘없이 무너져내려 버린 조선왕조 앞에서 가장 힘없는 백성들이 끝까지 지켜온 자주독립이라는 큰 주제. 배운 게 없어 그런 의지와 의견을 갖는 것조차 무시당하던 백성들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
안중근이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기 전 빌렘과의 대화 중 꺼져가는 불에 지푸라기를 던져 살려낸 불을 보며 마치 작은 지푸라기들이 모여 꺼져갈 듯한 불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 이름 없이 이 나라를 지킨 가장 보잘것없어 보였던 백성들처럼 느껴졌다.
독립운동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과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데 하얼빈을 읽으면서는 내가 안중근이었다면뿐만 아니라 내가 그의 형제였다면 동지였다면 그에게 세례를 준 신부였다면……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든 질문들을 생각하며 한 시대를 다른 입장으로 견디고 살아갔던 모든 이들의 고뇌를 느낄 수 있어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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